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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스타 기획자들이 공개하는 트렌드 콕 집어내는 5가지 노하우

제조업닷컴 2008. 2. 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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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스타 기획자들이 공개하는 트렌드 콕 집어내는 5가지 노하우

조선시대 임금들에게는 가족병력이 있었다고 한다. 평소 진수성찬을 먹는 데다, 운동도 거의 하지 않아 나이가 들수록 더 악화되는 질병, 바로 당뇨병이다. 당시에는 ‘소갈’이라고 불렀는 데, 흥미로운 점은 이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 제왕들의 증세를 전해들은 재야의 사가들이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각종 야담을 양산했다는 점이다.

역사가들의 상상력은 풍부하다. 재야 사학자로 널리 알려진 이덕일씨가 집필한 역사서인 《조선왕 독살사건》도 요즘 뜨는 코드인 ‘팩션’의 요소를 가미해‘실용서가 대세’라는 출판가의 통념을 비웃듯이, 지금까지 17만여 권이 팔리며 국내에 거센 역사서 바람을 몰고 왔다.

조선시대 임금들의 독살 의혹을 제기하는 이 역사서가 인기몰이를 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씨줄로, 그리고 상상력을 날줄로 정교하게 엮어낸 이씨의 탁월한 글 솜씨가 인기몰이에 한몫 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의 성공에는 숨어 있는 주역이 있다.

바로 출판 기획자들이다. 소비자의 정신세계를 가로지르는 모세 혈관 하나하나에 현미경을 대고, 현 트렌드는 물론 가까운 장래에 거세질 새로운 동향을 분석하는 문화상품 제작의 지휘자들.

국내 출판시장에서 조용한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조선왕 독살사건》의 김선식 다산북스 사장, 《한국의 젊은 부자들》의 오영진 토네이도 편집주간, 그리고《써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의 권선희 '사이' 사장을 만나 그들만의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시장 트렌드 파악하는 5가지 노하우

-매일 아침 30분 간 난상 토론을 하라
-혼란스러울 때는 자신의 ‘내면’을 읽어라
-거꾸로 생각하는 역발상에 익숙해져라
-기획과 마케팅은 하나…함께 논의하라
-여러 영역 오가는 퓨전 사고에 익숙해져라


◇ 스타 기획자 인터뷰

▷ 토네이도 오영진 편집주간
“매일 아침 난상토론 온몸 감각기관 깨워라”

“기획은 키워드 찾기다. 키워드를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조직의 지능이 가장 중요하다.”- 오영진 주간 -

‘ 스타 파워’의 퇴조는 출판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 현상이다. 독자들은 이제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쉽사리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콘텐츠의 쓰임새와 품질, 그리고 가격을 요모조모 따져본 뒤 도서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문화상품 구매에서도 비용 대비 효율을 철저히 따져보는 것.

신생 출판사인 ‘토네이도’의 오영진 편집 주간은 시장의 변화를 포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는 평가다. 지난 3월 첫 선을 보인 《한국의 젊은 부자들》은 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석달 동안 무려 12만여 권이 판매됐다. 1월에 냈더라면 적어도 20만권을 훌쩍 넘을 수도 있었다는 게 그의 아쉬움이다.

후속작인 자기 계발서 《팀장 3년차》도 시장의 반향이 썩 괜찮았으니, ‘연타석 안타’를 날린 셈. 100만권 이상이 팔려나간 자기 계발서 《마시멜로 이야기》도 오 주간이 기획한 작품이다. 대형 출판사에 비해 자금력과 인력 등에서 현저하게 열세인데다, 든든한 후원자도 없는 이 회사가 선전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실전에서 날카롭게 벼린 기획력이야말로 사업의 성패(成敗)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그는 지적한다. “2004년 반짝 재테크 열풍이 불었다가 지난해부터 수그러들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부자를 선망하는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층의 관심과 열정은 더욱 뜨거워 졌는데, 이 점을 정확히 포착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부동산 전문가인 박용석씨를 평소 눈여겨 봐두었다가 적절한 시기에 책을 내도록 설득한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는 그만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그는‘난상토론’이야말로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는 장이라고 조언한다.

“매일 아침 온몸의 감각기관을 활짝 열어놓고 시장의 트렌드를 읽습니다.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30분 동안 회의를 하고, 토론 과정에서 썩 괜찮다 싶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기획서를 만드는 등 작업에 돌입합니다. ”그가 제시한 또 다른 노하우는 이른바 ‘퓨전 사고’.

예컨대, 아동 도서를 보면서도 성인도서를 기획하고, 거꾸로 성인 도서의 강점도 아동 도서에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끊임없이 고민하라는 것. 오 주간은 지금은 ‘퓨전 시대’라고 강조한다. 활발한 토론으로 축적한 지식을 공유해 조직 전체의 지능을 높여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

직원 5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출판사지만, 그룹웨어를 통해 회의에서 논의된 성과물들을 공유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물론 피해야 할 금기사항도 적지 않다.

그는 특히 기획자라고 해서 마케팅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모든 회의에서 기획과 마케팅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재테크 동호회인 e짠돌이 카페와 제휴해 이벤트를 열고 회원들에게 《한국의 젊은 부자들》을 나눠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요즘 그를 사로잡고 있는 말은 ‘원소스멀티유즈’다. “국내 시장의 작은 규모 탓에 여타 문화산업 진출을 시도하는 출판사들이 하나둘씩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탄탄한 텍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출판분야가 국내 문화산업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회사는 장기적으로 다른 문화산업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그가 수많은 인기 아나운서들 중 정지영씨를 《마시멜로 이야기》의 번역자로 택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지적인 이미지에다 로열티가 높은 그녀의 팬 클럽을 감안한 것이었다고.

▷ 다산북스 김선식 사장 

“끊임없는 독서가 자양분 해답은 책속에 다 들어있어”

“묘책을 찾아 헤매지만, 모든 해답은 책 속에 들어있는 셈이다.” - 김선식 사장 -

《 나비와 전사》. 김선식 다산북스 사장이 요즘 짬짬이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이다. 재야의 고전연구가인 고진아씨가 장승·연암·허준 등을 비롯해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나 소재를 앞세워 근대와 탈근대의 관계를 파고든 학술서인데, 한눈에 보기에도 두터운 책 분량 탓인지 감히 집어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김 사장이 이 책을 읽는 이유는 간단하다. 양질의 콘텐츠를 일반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묘책을 찾아 헤매지만, 사실 해답은 책 속에 모두 들어있습니다.”책을 읽다보면 꽉 막혀 있던 기획 방향이 어느 순간‘툭’하고 터진다고.

그는 70만권 정도가 팔린 《성공하는 사람들은 1%가 다르다》의 사례를 들었다. 이 자기 계발서는 달라지고 싶다는 직장인들의 바람을 파악해 이를 핵심 키워드(그는 ‘하이콘셉트’라고 표현했다)로 정확히 풀어내 높은 호응을 얻었다. 사회생활에서 스스로가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독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비결이다.

김 사장은 특히 이 책을 읽으며 ‘호감’이라는 키워드가 출판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게 될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독서를 통해 현 출판 시장의 흐름은 물론, 지금은 미약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거세질 가능성이 있는 시장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도 독서 만한 수단은 없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책에서 하루가 멀어지면 한 달을 망치고, 한 달이 멀어지면 일 년을 망치게 됩니다”는 그가 파악한 국내 소비자들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책을 문화 상품으로 파악하고 있다. 계몽하려고 해서는 백전백패다.

역사서들이 대부분 현학적이고 고답적인 것도 이러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이러한 깨달음의 산물이 《조선왕 독살사건》이다. 국내에 역사서 바람을 몰고 온 이 책의 판매량은 무려 17만권. 사진과 도표를 집어넣어 20대 독자들에게 읽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치열한 열정을 다룬 역사서 《죽어야 산다》가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이유도, 국내시장에서 마니아 문화가 확산되면서 콘텐츠를 수용할 독자층의 저변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자기 계발 분야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소설 시장의 주요 소비자이던 20대 대학생들이 취업난 탓에 이 분야로 관심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획자들이 읽어봐야 할 책으로 《완벽에의 충동》 《깨진 유리창 법칙》 《나비와 전사》 등을 들었다.

권선희 사이 사장 

사람들은 5%만 서로 다를 뿐  
“혼란스러울 때 내면 성찰해야”

“사람들은 95%가 서로 같고, 나머지 5%정도가 다르다. 내면을 들여다봐라.” - 권선희 사장 -

고수들 사이에는 서로 통하는 것이 있나 보다. 민음사의 자회사인 황금가지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인 출판사를 설립하며 독립한 권선희 ‘사이’ 사장도 “책 속에 모든 해답이 들어있다”고 강조한다. 오랜 독서로 다진 내공이 상품의‘디테일’을 결정하고, 디테일은 상품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

권 사장은 지금까지 270만여 부가 팔려나간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산파 역할을 스타 기획자 출신. “입사 1~2년차 때는 주로 영화를 보거나, TV 광고에 등장하는 카피 등을 분석하는 등 다른 문화산업 영역으로 시선을 많이 돌렸어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금까지 3만권 가까이 팔려나간 《써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도 이러한 깨달음의 산물이다. 조기퇴직이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직장인을 겨냥한 재테크서가 무수히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고독한 중년의 심리를 분석하고 체계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책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권 사장은 이 틈새를 성공적으로 파고들었다.

물론 시중에 넘쳐나는 가벼운 재테크 서적을 읽으며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고민해 얻은 수확물이다. 변변한 광고나 이벤트 행사 한 번 하지 않은 이 책은 특히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시중의 베스트셀러 작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그녀는 귀띔한다.

번역이나 광고·사인회 등 이벤트에 많은 돈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을 세심하게 읽는 그녀만의 노하우는 없을까.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보라는 게 그녀의 주문이다. 이른바 역발상이다.

예컨대, 재테크 분야에서 남성들이 주로 지갑을 풀고 있다면, 여성들은 어떨 것인지를 따져보라는 얘기다. 물론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다. 그래도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을 경우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 보라고 조언한다.“사람들은 95%가 서로 같고, 나머지 5%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

자신만의 강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권 사장은 일부 출판사들의 실패 사례를 거론했다. 20~30대 영상문화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동영상을 보는 듯 화려하게 그림이나 그래픽 등을 배치한 책들을 잇달아 선보였지만 대부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

활자매체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인 텍스트의 깊이를 잃어버렸기 때문. 권 사장이 파악하고 있는 요즘 소비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무엇일까. 그녀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심리학이나 자기 계발, 재테크가 떠오른다고 지적한다.

이 분야는 지금도 시장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뇌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차기작으로 《미친 뇌가 나를 움직인다》를 선택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며 뇌 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는 데, 10여 년이 지나며 성과물이 하나둘 선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녀의 설명.

특히 국내에서 심리학 서적이 인기를 끌면서 뇌 관련 서적도 덩달아 상종가를 누리고 있는 데, 애정·미움·고통을 비롯한 감정도 다 뇌의 작용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일본 사례 들여다 보니

잠재수요 정확히 예측
100만원 백과사전 ‘대박’

기획자의 역할이 돋보이는 사례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일본도 파산위기에 몰렸다가 톡톡튀는 아이디어 하나로 되살아나거나, 특정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출판사들이 적지 않다. 판매 부진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가 외국 소설 번역물로 되살아난 ‘구류도 출판’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미술서 전문으로 80년간의 전통을 자랑했으나, 거품경제의 붕괴로 고가의 책이 더 이상 팔리지 않게 되자, 《열두번 째 천사》 《푸른 하늘 너머》 등 해외 번역물 단행본 출간으로 방향을 틀며 역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 돈으로 거의 100만원에 가까운 어린이용 종합백과사전 《포플러디아》로 대박을 터뜨리며 종이 백과사전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통념을 비웃은 ‘포플러샤’도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일부 출판사들이 CD롬판으로 백과사전을 펴냈다가 실패할 정도로 시장은 얼어붙어 있었지만, 이 회사는 전국의 초등중학교 및 중등학교의 잠재 수요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회사측은 판매량이 5년 내 10만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어린이들이 흥미를 지닐 수 있도록 백과사전 내용 배치, 사진 선정 등에 상당한 신경을 쓴 것이 주효했다. 이 밖에 깊이 있는 전문서·학술서로 입지를 굳힌 《미네르바쇼보》도 실용서 발간만이 살 길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밖에 아동문제 강좌, 현대의 보육학, 사회과학 총서, 현대의 미디어와 저널리즘, 미네르바 서양사 라이브러리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총서를 발간해 이 부문에서 독보적인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출판기업은 성숙한 시장에서도 높은 이윤 창출의 기회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영환 기자(blade@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