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성공한 경영자는 좌우명을 지켰다

Topic |성공한 경영자는 좌우명을 지켰다

좌우명 만드는 방법
● 어디서 얻나 - 명언 격언 사자성어 고사성어 속담, 성경 불교경전 주역 논어 맹자 중용 등 고전, 종교·정치지도자 유명인사 경영자 연예인 운동선수의 어록, 명설교 명법문, 연극 영화 뮤지컬 등의 명대사, 자기계발 경영경제 비즈니스 관련 서적의 인용.

● 좋은 좌우명은 - 50자를 넘지 않기. 두 문장 이상 넘지 않기, 단어 혹은 문장 중에 하나 선택하기. 문장 구성 시 역전, 반전을 노리기. 해학 기지 역설적 표현도 좋음. 많이 알려진 좌우명 피하기. 한 눈에 의미 파악토록 간결하게. 연령에 맞게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뀌어 보기.

거래선을 돈 벌게 하는 것이 우리가 버는 길이다. 최근 (주)두산이 BG BU들에게 좌우명을 물었다. 소주 히트상품인 ‘처음처럼’의 주인공 주류BG장 한기선 사장이 밝힌 좌우명이다. 한 사장의 좌우명은 모든 일을 즐겁게(상사BG장 김철중 사장)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류BG장 정세혁 부사장) 안 되면 되게 하라(테크팩BG장 김태성 부사장) 믿음과 사랑을 실천하는 삶(잡지BU장 성재철 부사장) 등 일반적이고 익숙한 좌우명과 달리 매우 직설적인 표현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기선 사장은 자신의 좌우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동안 마케팅, 영업을 통해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단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거래선과 신뢰를 구축하고 그들의 도움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업체의 시장 위치에 따라 거래선을 협박 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정하기도 하면서 단기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을 얻는 회사도 있지만, 그것은 단기적인 것일 뿐 지속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신뢰를 해치기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방법이다.”

전자BG장 김학철 부사장은 ‘바른 혼을 바탕으로 큰 꿈을 가지고 열정으로 살아라’는 의미에서 혼, 꿈, 열정을 꼽았다. 그는 첫 딸을 낳았을 때 아빠로서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생각하며 나 자신에게 한 다짐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좌우명(座右銘)은 자리 오른쪽에 붙여 놓고 반성의 자료로 삼는 격언(格言)이나 경구(警句)를 말한다. 좌우명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중국 후한의 유명한 학자인 최원이 그의 책상(座)의 오른편(右)에 좋은 글귀를 바로 새긴 쇠붙이(銘)를 놓고 그것을 매일 바라보면서 마음의 거울로 삼고 행동의 길잡이로 삼았다고 한다.

 

신영복 詩 ‘처음처럼’ 좌우명서 대박

‘처음처럼’얘기가 나와 사족을 붙여보자. 두산에서 소주 처음처럼이 나오자 의외로 신한은행 신상훈 행장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처음처럼은 신 행장의 좌우명. 그의 집무실에는 서예가 강권진 선생이 쓴 열림체(획마다 사람 모양이 들어가는) 처음처럼의 글씨가, 접견실에는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가 쓴 협동체(획의 굵기에 리듬의 변화가 많은)가 걸려 있다. 두산의 처음처럼이 바로 신 전 교수의 서체를 사용한 것이다. 처음처럼은 신영복 전 교수가 20여 년 간 투옥생활을 하면서 지은 시(詩)의 제목이다.

한기선 사장도 신 교수가 직접 써준 처음처럼 글씨를 사장실에 걸어두었다.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좌우명도 언제나 처음처럼이다.

성공한 경영자나 유명인사들의 좌우명은 대체로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자문화에 유교사상이 반영된 탓에 인의예지(仁義禮智) 즉 유학에서,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성품. 곧 어질고, 의롭고, 예의바르고, 지혜로움을 이르는 좌우명이 많다.

아마도 가장 많은 것은 진인사대천명일 것이다. 이는 서양의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자조(自助, self help)정신과 같다.

두산 R&D센터장 고의찬 부사장은 우연히 영국 새무얼 스마일즈가 150년 전에 쓴 자조론을 읽고 평소에 마음에 담아두었던 진인사대천명과 잘 일치된다고 느껴 좌우명으로 삼게 되었다. 고 부사장은 “스스로의 힘으로 해 보기 전에 누군가에게 의탁해 무임승차 하려는 유혹에 빠지진 않았는지 나 스스로도 반성해 보며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성 전 두산 회장도 집무실 벽에 진인사대천명을 걸어 놓았다.

두산 출판BG장 최태경 사장과 생물자원BU장 정진항 부사장의 좌우명은 좀 어렵다. 최 사장의 좌우명은 심대즉백물개통 심소즉백물개병(心大則百物皆通心小則百物皆病). 마음이 넓고 크면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고, 강하면서도 부드러울 수 있고, 어질면서도 의롭게 행동할 수 있다. 마음이 작으면 항상 일에 전전긍긍하고, 생각이 좁고 막혀서 한 가지만 가능하지 두루 할 수가 없다는 의미. 36년전인 1970년 결혼식 때 최 사장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고향에 계신 한 학자가 주자어류(朱子語類)에 나온다며 써준 글. 결혼생활에서 부부가 지켜야 할 도리, 사회생활에서의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그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정 부사장은 세상을 뒤덮는 공로도 마음 속 긍지 한 개를 당하지 못한다는 채근담에 나오는 개세공로당불득일개긍자(蓋世功勞當不得一個矜字)를 대학시절부터 고이 간직하고 있다. “대학시절, 학교에서는 주로 지식과 기술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았다. 그러나 사회를 그냥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어떠한 피해도 끼치지 않고 작은 봉사라도 할 수 있으려면 지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지혜와 기본 소양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대학시절 사서삼경 등 한문 고전을 공부 삼아 하게 되었다.”

주요 그룹 창업주의 좌우명을 보면 그룹 사업과 문화가 보인다. 사회책임기업의 간판격인 유한양행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기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는 좌우명이자 기업철학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분수를 알고 일을 즐기라는 고 김용완 명예회장의 좌우명대로 경방그룹은 1919년 창업한 오랜 역사 내내 면방 의류 유통에만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 타이어회사인 굿이어의 타이어코드 공장 인수를 비롯해 선택적 집중화의 M&A를 성공시키는 효성그룹을 보면 조홍제 창업주의 덕을 숭상하며 사업을 넓혀라는 좌우명과 비슷하다. 내실경영과 알짜경영의 대림그룹 역시 풍년 곡식은 모자라도 흉년 곡식은 남는다는 이재준 창업주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창업주 좌우명, 그룹 문화·사업 보여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좌우명으로 삼은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는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붓글씨로 경청(敬廳)을 써주어 좌우명으로 삼게 했다. 불모지에서 현대그룹을 일군 부친 정주영 창업주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강조했다면 그룹의 글로벌 도약에 나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일근천하무난사(日勤天下無難事) 즉, 오직 근면 성실하고 부지런하면 세상만사 어려움이 없으리라며 현장경영에 박차를 가한다.

샐러리맨 출신 간판 CEO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격물치지)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실행이 힘)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하는 일마다 불공을 드리는 마음으로 대하라)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죽을 각오로 싸우면 반드시 산다) 등의 좌우명에선 머리로 생각하고 눈으로 보고 발로 뛰는 경영자의 자세가 보인다. 성공한 곳에 오래 머물지 말라가 좌우명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경기도지사 낙마 후 곧바로 투자 전문업체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를 설립, 실패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좌우명은 인생의 방향타이자 좌표이다. 아무리 훌륭한 경구와 표현을 쓴다고 해도 자주 보고 되새기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 당신의 책상 오른 쪽에 지금 무엇이 있는가. 새해를 앞두고 좌우명 하나 만들어보자.

 

▷단순 직설형 ·경청(敬聽)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거래선을 돈 벌게 하는 것이 우리가 버는 길이다.                                                                                    - 두산 주류BG장 한기선 사장 ·안 되면 되게 하라! - 두산 테크팩BG장 김태성 부사장 ·혼, 꿈, 열정 - 두산 전자BG장 김학철 부사장 ·죽을 각오로 싸우면 반드시 산다. -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성공한 곳에 오래 머물지 말라. -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난해 심오형 ·일근천하무난사(日勤天下無難事)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심대즉백물개통 심소즉백물개병 (心大則百物皆通心小則百物皆病) - 두산 출판BG장 최태경 사장 ·개세공로당불득일개긍자 (蓋世功勞當不得一個矜字) - 두산 생물자원BU장 정진항 부사장 ·석수화향 심강무성(石壽花香 深江無聲) - 배종렬 전 삼성물산 사장   ▷창업주 ·수신제가치국평천하 -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 현대그룹 정주영 창업주 ·기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 -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 ·분수를 알고 일을 즐기라 - 경방그룹 김용완 명예회장 ·덕을 숭상하며 사업을 넓혀라 - 효성그룹 조홍제 창업주

 이경호 기자(stanlee@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