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논어이야기]호지자(好之者) 불여낙지자(不如樂之者)
"지지자(知之者)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 호지자(好之者) 불여낙지자(不如樂之者) :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공자는 깨달음의 과정을 지지자(知之者) 호지자(好之者) 낙지자(樂之者) 의 3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지지자(知之者)로 무엇을 아는 초보적인 단계에 있는 사람이다. 2단계는 호지자(好之者)로서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3단계는 낙지자(樂之者)로서 하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다.
1단계와 2단계는 지금까지 논어를 통해 상당부분 언급이 되었으므로 여기서는 3단계인 樂之者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공자는 학문을 좋아하는 데 있어서 자신만한 사람이 없다며 好之者의 단계를 대담하게 선언한 바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자는 好之者에서 樂之者로 발전할 것을 권유한다. 즐기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어 공자가 강조한 3단계를 살펴보자.
한국의 피터 드러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대의 윤석철 명예교수는 인간개발연구원 경영자 연구회에서 강의를 하면서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자신의 학문이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그는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교수로 와서 처음에는 미국에서 공부한 것을 열심히 가르쳤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배운 것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를 知之者의 단계라고 한다면 학위를 받고 학생들을 가르치던 초창기를 好之者의 단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졸업한 학생들이 찾아와서 "학교에서 배운 것이 사회에 나가니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자신의 교육방법을 점검해 보았다. 단순한 지식전달은 학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음을 깨달게 되었다. 학문이 현장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미국에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하여 한국에 맞는 이론을 개발하며 한국화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사회에 나가서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해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樂之者의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그는 경영학에 인생과 경영을 접목하여 강의를 하였다. 영국의 유명한 시인 앨프레드 테니슨의 시 '참나무'를 인용하면서 격조 높은 강의의 서문을 열었다. 테니슨의 시를 통해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하여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봄의 싱싱함, 여름의 무성함, 가을의 황금빛 그리고 겨울의 발가벗은 모습은 우리의 인생을 잘 묘사해 주었다.
'젊거나 늙거나 저기 저 참나무같이 네 삶을 살아라. 봄에는 싱싱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여름에는 무성하지만 그리고, 그리고 나서 가을이 오면 더욱 더 맑은 황금빛이 되고 마침내 나뭇잎 모두 떨어지면 보라, 줄기와 가지로 나목 되어 선 발가벗은 저 '힘'을.'
그는 발가벗은 힘(naked strength)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고 소개한다. 樂之者는 바로 그 발가벗은 힘임을 강조했다. 인기나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삶이 바로 인생을 즐기는 樂之者의 단계임을 가르쳐 주었다.
발가벗은 힘은 현직을 떠났을 때 평가받는다고 한다. 교수는 정년퇴임을 해보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현직을 떠난 후에 박수 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했다.
그는 어떻게 시를 그렇게 잘 아느냐는 질문을 받고 어려서부터 시를 좋아해서 외우다 보니 영어 불어 독어 중국어 한국어로 된 시 2000 수 정도를 암송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학문이든 인문학적 소양이 왜 필요한 지를 가르쳐 주었다. 자신이 시를 몰랐다면 인생과 경영을 연계시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여기서 명심할 게 있다. 知之者 好之者 樂之者의 3단계는 계단처럼 단계를 밟아간다는 사실이다. 樂之者의 단계에 오기 위해서는 知之者와 好之者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물론 그 중간단계는 짧을수록 좋으리라.
오늘 자신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자. 그리고 어는 분야에서 일하든 樂之者가 되어 즐기는 삶을 살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정해 보자.
<머니투데이:양병무 인간개발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