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부자는 투자 마인드가 다르다
30억대 어떻게 모았나… 첨단 정보와 과학적 분석 자료가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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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과 해외 부동산 규제 완화 속에서 신흥 부자들은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그들은 이미 동남아시아를 넘어 미국 뉴욕의 오피스나 상가를 구입하고 있다. <경향신문> |
유동성 현금자산 20억 원 이상을 보유한 30~40대 젊은 부자 176명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성공투자노하우를 다룬 책 ‘한국의 젊은 부자들’의 저자 박용석씨는 “흥미로운 사실은 젊은 부자들의 경우 현재는 수십억 재산가들이지만,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부를 이루는 데 수천만 원의 종잣돈으로 출발했다”며 “다시 말해 그들은 저축을 통해 수천만 원을 모으고, 이를 종잣돈으로 삼아 뛰어난 투자처를 물색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천만원 종잣돈으로 투자처 물색
박씨에 따르면 젊은 부자들의 재테크는 전통적인 투자시장인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되 주식, 채권, 외환, 해외투자 등 그 투자처와 투자종목의 다변화에 중심을 두고 있다. 검소함과 절약정신으로 돈을 모으고 유지시켜온 전통적인 부자의 가치관과 전략을 대신해, 첨단 정보와 과학적인 투자 마인드가 새로운 부자 ‘트렌드’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부동산은 신흥 부자들에게도 여전히 재테크의 기본이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으로 아파트에 대한 투자가치가 떨어지고, 대신 해외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자 가장 먼저 쌈짓돈을 해외에 보낸 사람들이 바로 한국의 젊은 부자들이다.
주택공시가격을 발표한 후 세금폭탄에 대한 그들의 대응도 빨랐다. 시중은행의 한 PB담당자는 “온 나라가 세금 논란으로 어수선한 와중에 똑똑한 부자들은 놀랍게도 느긋했다”며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기 전부터 다주택을 정리하고 토지도 세금이 적은 수익창출용으로 갈아타는 등 이미 자산 구조조정에 들어가 철저하게 대비해왔다”고 전했다. 정책과 시장동향에 일희일비하는 일반 서민에 비해 부자들은 냉철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무작정 덤비는 것은 아니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인맥은 물론 국제적 감각을 동원해 패턴을 달리한 투자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해외부동산 전문업체인 굿비전의 송동훈 이사는 “최근 부자들은 뒤늦게 동남아에 투자하고 있는 일반투자자와 달리 미국 등 선진국을 선호한다”면서 “동남아 역시 부동산 거품이 갈수록 크다는 점을 인지한 한국 부자들이 임대수익이 연 8~10% 정도인 미국 뉴욕의 오피스나 상가를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이사는 현재 한국의 부자는 미국 등 해외 출장이 잦고 견문이 넓은 편이라 무작정 투자하기보다는 국제 정세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투자에 익숙하다고 덧붙였다.
1997년 IMF외환위기와 2000년대의 벤처 창업 붐은 새로운 부자의 길도 탄생시켰다.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실적과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중시하는 분위기로 변모하면서 스톡옵션, 고액 연봉을 받거나 영업 등을 잘해도 부자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이도 지식과 정보를 무기로 벤처 회사를 창업하거나 최고경영자(CEO)가 되어 주식 상장과 고액 연봉으로 돈을 모은 부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주식, 채권, 외환 등 다변화
주식 투자와 관련해 신흥부자들은 단타매매를 잘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대개 일 년에 서너 번, 많아야 분기별로 한두 번 정도 매매를 할 뿐이다.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컴퓨터 앞에 앉아 주식 시세판을 보면서 일희일비 사고파는 ‘단타족’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증권가의 통설이다.
한 증권사 객장. 젊은 부자들은 주식투자에서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스스로 연구한 몇 종목에 정석투자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철훈 기자> |
매수에 있어선 분할매수가 특징이다. 몇 억씩 사고 나서 주식이 빠지면 당황하지 않고 다시 저점에 매수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단가를 낮추어간다. 그리고 몇 달을 낚시하듯 기다린다. 한 증권사 직원은 “최신 정보로 무장한 젊은 부자들은 종목도 스스로 연구한 몇 종목에 한정하며, 정석투자에 가장 가까운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신흥 부자는 재테크 분야보다는 수익률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문승렬 국민은행 차장은 “전에는 부동산 부자는 부동산으로, 주식부자는 주식으로, 그리고 사업부자는 사업으로만 고집하던 투자방식이 최근 상당히 변화했다”면서 “지금은 ‘수익률’ 중심으로 크게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거래소 시장에서 지난 2월 39%대이던 개인투자자 매매 비중이 4월에 50%대까지 급증한 것을 보면 부동산 부자들이 잘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주식의 상승추세를 보고 뒤늦게 참여하고 있고, 주식 부자들도 상가나 빌딩 등 소위 임대수익이 가능한 부동산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트펀드 등 이색펀드에 관심
부의 형성 과정은 강북과 강남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박종연 신한은행PB파이낸스센터장은 “강북은 전통적 부자이거나 자수성가형(사업을 통한 자산형성) 또는 상속?증여를 통한 부자가 많은 반면, 강남의 경우에는 수년간 지속된 강남부동산 폭등 및 보유주식실물가치 상승으로 부자의 대열에 낀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다.
최근 성공작으로 꼽히는 아트펀드는 부자들의 이색 취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설정액이 80억 원 이상인 사모펀드 형식의 아트펀드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최근에는 하나은행이 주도해 아트펀드를 출시했고 갤러리 차원에서 아트펀드를 조성하기도 한다.
박여숙화랑의 박여숙 대표는 “강남 부자들이 그간 갖고 있던 작품들을 하나둘 팔고 새로운 작품들을 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대규모로 투자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펀드가 대세란 판단 아래 투자자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자들이 미술품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어 금융권과 갤러리 차원에서 이들을 상대로 한 아트펀드가 조성되고 있다. 사진은 고미술품 경매 현장. <경향신문> |
지난달 초 코엑스에서 열렸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관람객 수 6만4000명, 거래금액만 175억 원으로 역대 최대 성과를 냈다. 미술품 시장에 몰려든 부자들이 구매를 주도했다는 것이 행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우펀드 등 이색펀드에도 가장 먼저 투자하는 것이 한국의 부자들이다. 이색펀드는 대부분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 형태가 많다. 평소 다져둔 인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규철 마이에셋자산운용 이사는 “부자들은 폐기물, 배추, 탄소 등 어떤 품목이든지 가격의 등락 등 시장성이 확보되면 투자에 나선다”며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은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의 젊은 부자들’의 저자 박용석씨는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예전과 같은 고도성장기가 다시 있을 것인가에 대해 젊은 부자들의 90%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디플레이션의 시대, 저성장의 공급과잉 시대에서 돈을 벌려면 좀더 매력적인 투자시장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이 젊은 부자들의 가장 두드러진 전략”이라고 전했다.
글쓴이 : 붉은곰/최인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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