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쉼터/멋있고살고싶은집

송광섭의 양평 "경애헌"

제조업닷컴 2008. 7. 3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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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과 비움의 미학, 물가 경치가 젖어드는 집


양평 경애헌은 자연 속에 있으면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고자 한 집이다. 물가의 경치가 느
껴지는 집이란 옥호(屋號)처럼 주택은 수려한 자연 환경을 향해 한껏 열려 있고, 걸어다니면서 어
디서든 편안하고 이색적인 풍치를 즐길 수 있다.


▲ 양평의 강변에 자리한 경애헌은 남쪽인 강을 향해 한껏 개방되어 있다. 전망 브리지를 통해 물
가를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 한가로운 휴식처가 되는 테라스와 전망 데크.

▲ 전망 브리지에서 자갈 마당쪽을 본 모습.


▶ 경사지 상부가 되는 주출입구.

▲ 1층 거실에서 테라스와 강쪽을 본 모습.


 

◀ 거실과 면한 대나무 중정은 내부 공간에 운치를 더해 준다.

▲ 외부로 확장된 전망 브리지.

걸어다니면서 풍치를 느끼는 집


경애헌은 동호인 주거단지 성격
을 띤 별장형 주택이다. 서울에서
건설업을 하는 건축주와 그 친구
들은 남한강가의 경치 좋은 곳에
땅을 물색하고 가족과 함께 머물
공간을 구상했다.

5명이 나란히 다섯 채의 집을 계
획한다는 점에서 건축가나 건축
주에게는 색다른 계획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제각기 자신에 맞는 보금
자리 꾸미기를 구상하였다. 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을 한데 묶기가
쉽지 않았지만(결국 주거의 통일
성보다는 개별적인 성향이 강하
게 드러나 있다.) 각박한 도시생
활을 뒤로 하고 풍치 좋은 곳에
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이들
에게 이 주거지가 지닌 아름다운
경관은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막상 설계를 맡은 건축가들은 천혜의 자연 환경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하면 자연과 합
일되는 주택을 지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 것. 건축가들은 저마다 독특한 자신의 언어 보
따리를 풀어냈고, 독특하고 튀는(?) 형태로 형상화했다.

경애헌은 야릇한 개성을 풍기는 주변의 주택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기존 지형에 순응하면
서 그 속에 자연과 인공 공간의 채움과 비움으로 순환 체계를 구성하려는 건축가의 건축 언어가 녹
아 있기 때문이다.

급경사지에 들어선 주택은 주출입구는 높고 강 쪽으로는 낮게 트여 있다. 건축가는 이런 제약 조건
을 지형적인 켜의 반복과 연결을 통해 해결하였다. 외관상 단순한 박스 형태로 인지되는 입면은 노
출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물성의 일체감을 부여했다.

재료의 절제는 건물의 켜를 나누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수직적으로 각각의 고유 영역을 구분짓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기도 하며, 때로는 수평적으로 확장되어 건물 전체를 아우른다.

◀ 사선으로 처리된 2층 복도는
공간의 확장감을 유도한다.


경사지의 상부는 북측이고 그
아래 레벨인 남측은 강쪽으로
접해 있기에 주진입부인 북측
은 다소 폐쇄적으로 닫혀 있고
강을 향한 남측은 열려진 형태
를 취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급한 대지의 레벨
차는 극복되고 주택은 강을 향
해 한층 더 개방된다.

주택으로의 주진입은 2층 현관
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소 길게
처리된 복도는 서측창을 통해
부분적으로 열려 있다.
1층에서 수직적으로 한껏 개방
된 중정을 감싸듯 브리지 형태
의 복도가 이어지고 중정 양쪽
으로는 2개의 방이 있다.

약 10。미만의 사선으로 처리된 복도는 중정과 맞물려 내부로의 확장감을 유도하기 위한 건축 장치
이며 다시 강쪽을 향한 전망 데크로 연결된다. 1층 레벨에서 솟아오른 듯한 브리지는 건너편 강의 풍
경을 감상하는 데 그만이다. 이 브리지는 주택을 외부 공간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길의 연속성 그리고 경관의 시퀀스를 키워드로 함축하고 있는 내부 공간은 건축가가 말하듯 보이경이
(步移景異), 걸어가면서 풍치를 느낀다는 말로 요약된다.

3개의 중정을 품고 있는 주택의 내부는 1,2층 3개의 영역 즉, 주방(방)-거실(자갈마당)-방(욕실)으로
구분되는 공간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주방에 면한 중정은 가사 노동에 즐거움을 주고 거실과 면
한 정원은 강쪽 풍경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욕실과 면한 또하나의 정원은 앉은 채로 하늘을 볼 수 있는 비밀 정원이다. 2층의 자갈마당은 대나무
중정과 조화되어 내부의 운치를 돋구어 준다. 가운데 정원은 2층 자갈마당과 묘한 대비를 낳고 있으
며 내부에는 2층 높이로 길게 자갈과 대나무로 조경하고 툇마루를 두어 운치를 더했다.

1층으로 가자면 현관 안쪽의 내부 계단과 옥외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2층의 사선형 브리지 공간은 1
층까지 반복되며 다소 단조로워지기 쉬운 중정과 하부 공간으로의 리듬감을 부여한다. 1층은 부부방
과 거실, 주방으로 구서오디며 거실은 느티나무와 강의 시원스런 풍경을 한아름 담고 있다. 이는 다
시 수평적으로 외부 테라스와 옥외 공간으로까지 확장된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담으려고 한 집, 경애헌. 제법 세월이 흘러 노출 콘크리트의 백색 자태에 녹녹
한 흔적이 묻어갈 무렵 이 집의 주인은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자연과 닮아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
다. 그것은 바로 건축가와 집주인 모두가 원하는 ‘자연과 주거와 인간이 공존하는 집’의 모습이 아
닐까.

◆ 송광섭. 1950년생으로 인하대 건축공학과와 중앙대 건설대학원을 졸업하고 안영배건축연구소, 제
네랄건축연구소, 대우건축연구소 등에서 근무하였다. 현재 환건축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인하대 건
축학과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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