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우유를 오래 방치하게 되면 산화와 부패가 진행되면서 반고체의 커드(curd:우유응고물)와 액체 형태의 훼이(whey:유장액)로 분리된다. 이 중에서 치즈는 반고체형 물질인 커드로 만들어지며 커드의 주성분은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이지만 그 밖에 우유의 지방이나 불용해성 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우유로부터 커드가 형성되는 것은 마치 두유에 간수를 넣어 콩단백질을 응고시키는 두부 만들기 원리와 같은 것으로 우유로부터 만들어지는 커드가 가장 단순한 형태의 치즈인 프레쉬 치즈다. 주로 코티지 치즈(cottage cheese)라 부르기도 하는데 숙성이 되지 않은 치즈를 의미한다. 치즈의 제조과정은 치즈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며 여러가지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숙성과정을 거치지 않는 프레쉬 치즈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크게 네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1. 원유로 부터 커드를 만든다. |
2. 훼이를 제거하고 모양을 만든다. |
3. 가염과 세척과정을 거친다. |
4. 숙성시킨다. |
1. 커드만들기 치즈 제조의 첫 단계는 액체상태의 우유를 고체로 만드는 것. 우유를 응고시키는 방법에는 크게 산 응고법과 레닛(rennet) 응고법이 있다. 산 응고법은 산을 이용하여 응고를 촉진시키는 방법으로 프레쉬 치즈나 크림 치즈를 만들 때 사용한다. 그 외 대부분의 치즈는 주로 송아지의 네번째 위에서 얻어지는 효소제인 레닛을 첨가하여 응고를 촉진시키는 레닛 응고법을 사용한다. 레닛에는 레닌(rennin)이나 펩신(pepsin) 같은 단백질 분해효소를 다량 함유되어 있어 우유를 응고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 분자가 서로 덩어리를 만들면서 우유가 부드러운 젤리 같은 형태로 변하는 것이다. 레닛을 이용하여 우유를 응고시킬 때에는 우유의 온도가 중요한데15℃ 이하일 때에는 응고가 일어나지 않으며, 60℃ 이상이 되면 열에 의해 레닌이 불활성화된다. 적절한 온도는 20℃-40℃ 사이로, 프레쉬 치즈나 크림치즈 같은 소프트 치즈를 만들 때에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체다 치즈나 에멘탈 같은 하드치즈는 이보다 높은 온도에서 응고시킨다. 이렇게 치즈의 종류마다 온도가 다른 이유는 응고기간 동안의 온도에 따라 커드가 생성되는 속도나 단단한 정도, 탄력성 등의 성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응고에 걸리는 시간은 치즈 종류에 따라 30분에서 36시간 사이로 차이가 많이 난다.
2. 훼이 제거하기와 모양 만들기 커드에서 훼이를 제거하는 것이 다음 단계이다. 어떤 치즈를 만드느냐에 따라 훼이를 제거하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우선 젤리형태로 굳은 커드를 자른다. 커드를 자르면 즉시 얇은 막이 형성되는데, 이 막이 훼이를 통과시켜 빠져 나가게 하기 때문에 커드를 잘게 자를수록 훼이가 많이 제거되고 따라서 커드를 어떻게 자르느냐에 따라 치즈의 수분함량이 달라지게 된다. 커드를 잘게 자를수록 훼이가 더 많이 빠져나가 더 단단한 치즈가 만들어지게 된다. 하드 치즈를 만들 때는 대개 커드를 자른 후 가열 과정을 거치는데, 잘라낸 커드를 가열하면서 저어 주면 훼이가 빠져가나는 것을 촉진시켜 조직이 더 단단해지면서 치밀해진다. 이 때 커드를 가열하는 온도도 치즈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데, 고온으로 가열한 커드가 더 단단한 치즈가 된다. 모짜렐라나 프로볼로네 같은 늘어나는 조직의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커드를 잘라낸 후 부드러운 고무처럼 늘어날 때까지 커드를 가열한다. 그 후 커드를 반죽하듯이 늘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유연한 고무처럼 늘어나는 독특한 조직이 형성된다. 훼이를 제거한 커드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드는데, 나무나 스테인레스, 바구니, 천 등이 틀로 사용된다. 틀에 넣은 커드는 자연적으로 단단해 지도록 내버려 두기도 하고 더 단단한 치즈를 만들기 위해 위에서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3. 가염, 세척하기 모양을 만든 커드에 소금을 가하는 과정으로, 소금의 양에 따라 맛, 수분함량, 질감 등이 달라진다. 소금은 치즈제조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우선 젖산의 형성을 돕고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건조 과정을 촉진시켜 치즈의 외피 형성에 도움을 주기도 하며 특수한 숙성균의 성장을 도와 치즈의 맛과 향을 좋게 한다. 크림치즈나 코티지 치즈를 제외한 대부분의 치즈는 가염 과정을 거친다. 가염을 하는 방법에는 소금물에 담그는 방법과 건조염을 표면에 바르는 방법이 있는데, 에멘탈(Emmental) 치즈 같은 경우는 소금물에 담그는 방법을 사용하며, 파르미자노(Parmigiano)나 로커포르(Roquefort)같은 치즈들은 건조염을 사용한다. 또는 탈레지오(Taleggio)처럼 소금물로 젖신 천으로 표면을 문지르거나, 체다처럼 커드에 미리 소금을 섞는 경우도 있다.
4. 저장과 숙성 가염, 세척을 거친 커드는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곳에서 숙성시킴으로써 치즈의 독특한 색과 질감, 맛, 향이 생긴다. 좋은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숙성실의 환경이 습하고 선선해야하며 환기가 잘 되어야 한다. 숙성실의 온도는 보통 10℃내외이며 습도는 80%-95% 정도로 높게 유지시킨다. 보통 소프트 치즈는 겉에서 안쪽으로 숙성이 이루어지며, 하드치즈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숙성이 진행되는데, 숙성되는 동안 치즈에 있는 미생물이나 효소들이 작용하여 치즈 고유의 질감과 풍미를 얻게 된다. 또 숙성시키는 동안 치즈 외피를 소금물이나 와인, 맥주 등으로 닦아주면 특징적인 붉은 색의 외피가 형성되고, 특유의 향을 갖게 된다. 곁표면에 기름을 바르거나 붕대를 감는 경우도 있다. 숙성과정을 거치는 동안 치즈에 들어있는 유당은 젖산균에 의해 젖산으로 변하며, 지방과 단백질 또한 변화를 일으킨다. 특히 단백질의 가수분해는 치즈의 맛과 질에 크게 영향을 준다. 숙성기간 동안 일어나는 지방성분의 가수분해 또한 중요한데, 우유지방은 대부분의 치즈에 있어서 향기성분의 생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우유지방은 향기성분의 용매인 동시에 락톤(lactones), 메틸케톤(methyl ketones), 에스터(esters), 알콜(alchols) 그리고 지방산 같은 향기 성분의 전구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