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건희 외부필자][이건희의 행복투자]
대학생인 큰 아이가 지난 여름방학에 1주일 이상 어디 놀러갈 때에 용돈 주면서 한 이야기 입니다.
“돈 아껴 쓰거라. 돈 절약하는 습관들이는 것이 재산이다. 왜냐하면 돈이란 아무리 많이 벌어도 버는 것보다 많이 쓴다면 재산으로 모일 수가 없고, 버는 것보다 적게 쓰면 재산으로 모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내고 가장 돈 많이 번 대표적인 남자가수 엘튼존이 파산직전까지 갔던 것을 보더라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빠는 너에게 재산을 물려주지는 않고 네 스스로 돈을 잘 벌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재산을 잘 모을 수 있는 습성을 길러주고 싶은 것이다. 돈을 많이 쓰기 위해서 많이 벌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돈이란, 자신이 기꺼이 인내할 수 있는 조건에서는, 누구나 많이 벌 수 있으면 많이 벌려고 하지 일부러 적게 버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돈을 적게 쓴다고 해서 돈을 적게 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아주 오랜만에 아이에게 한 것인데, 삶에 도움되는 사고방식과 습성을 길러주는데 필요한 이야기라도 자주하면 내성이나 역효과가 생기고, 그렇다고 아예 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좋은 이야기를 들을 때 당장은 크게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흘려버리는 듯 하더라도 무의식 속에 남아있게 되어서 인생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 엘튼존이 파산직전까지 갔던 2004년도에 돈 쓴 내역을 보면, 런던의 보석집을 한차례 방문할 때에 20만 파운드(약 4억원) 꽃값으로만 무려 3만8천 파운드(악 7600만원), 매주 진찰료로 5000 파운드(약 1000만원), 50세 생일에 사용할 가발에 3500 파운드(약 700 만원)를 사용하는 식이었습니다.
사람들 앞에 500만 파운드(약 100 억)의 다이아몬드를 착용하고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엘튼존의 그러한 어마어마한 돈 쓰임새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엘튼존은 막대한 수입이 있으면서 그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을 해서 적자가 생겼던 것입니다.
보통 사람은 평범한 수입이 있으면서 그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을 해서 적자가 생기는 것이니까 결국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경기할 때마다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은 한달에 40만달러씩 쓰다 2004년에 2700만달러의 빚을 지면서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낭비벽으로 유명한 마이클 잭슨도 심한 낭비로 인하여 파산 직전까지 가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틀즈 음악 판권을 담보로 2억7천만달러를 대출받아야 했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2006년 9월15일 실린 기사에서는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시어도어 아론슨이 말하길, 부자들은 ‘지나친 자기 확신’으로 인하여 파산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마틴게일 자산운용의 아널드 우드 최고경영자도 “지금까지 성공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계속 돈을 쓰는 습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부자들만이 아니라 서민들이 더욱 어려워지는 데에도 나름대로의 “지나친 자기 확신”이 종종 작용합니다.
서민 중에서도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으로, 자신에게는 부적절한 소비를 사회 분위기와 주변 사람들에 휩쓸려서 하고 그에 따라 저축은 별로 하지 않아도 미래에 경제적인 큰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입니다. 또한 큰 두려움 없이 비싼 금리의 부채를 조달하는 것도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라는 믿음이 있어서입니다.
◆ 요즘은 자녀 경제교육에서 아이에게 용돈을 주면서 돈 잘 쓰는 습성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라서, 아이들에게는 돈 잘 안 쓰고 절약하는 습성을 먼저 길러주고 그것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다음에나 돈 쓰는 것을 가르치는 순서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돈이란 아끼는 습성에 젖어드는 것은 힘들어도 쓰는 습성에 젖어들기는 쉽기 때문입니다. 돈 아끼는 것과 돈 쓰는 것을 처음부터 동시에 올바르게 습관들이려 하면 돈 아끼는 것보다는 돈 쓰는 것에 자연스레 더 마음이 젖어듭니다.
돈을 잘 써보지 않던 사람이라도 나중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돈을 쓸 수 있습니다. (나이가 많이 들고 돈을 쓸 만한 상황이 되었어도 끝까지 돈을 잘 쓰지 않는 것은 마음먹지 않아서 입니다.)
반면에 돈 잘 쓰는 습성이 있던 사람은 나중에 돈 아끼겠다고 마음먹더라도 실천하기가 힘듭니다. 어쩔 수 없이 아낄 수밖에 없는 안 좋은 상황이 되었을 때에는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럽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아껴야만 할 상황인데에도 소비의 습성을 떨치지 못하고 일단 소비를 하고 난 뒤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마약 중독자나 도박 중독자가 마약이나 도박을 중단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결국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면서 점점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빠져드는 것과도 마찬가지 특성입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돈 잘 쓰는 것에 젖어드는 것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어떤 것을 중단하거나 줄일 때 금단현상이 나타나거나 무척 힘이 들게 느껴질 때에 중독성이 있는 것이라고 정의내립니다.
우리가 불확실성이 큰 세상 속에서 살다가 어느 날 어떤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칠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쳤을 때 대처하는 필수 방법 중에는 돈을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포함됩니다.
그러나 돈을 가급적 쓰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것을 습관 들이면서 경험해보지 않았던 사람은 경제적 위기가 왔을 때 정말로 힘들어합니다.
◆ 지금 시대의 아이들은 유혹적인 소비문화에 둘러싸여 살기 때문에 소비성향에 젖어들기 너무나 쉽습니다. 소비를 잘 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웬만큼 소신있는 아이들도 주변 아이들의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은 미처 부모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무분별한 소비성향이 길러지게 되고 일단 형성된 습성은 평생을 계속 이어집니다. 자식이 성인이 된 후에 경제개념이 적은 것으로 인하여 문제되는 가정이 요즘 흔합니다. 이때 자식을 탓하기보다는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가능성에 부모가 대처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해야합니다.
자식은 많고, 자식들은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거나 물려받을 것도 별로 없이 스스로 알아서 벌어먹고 살아야했던 시절에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런 부분에는 어차피 신경 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부모들이 자식은 한명 정도 낳기 때문에 자식에게 돈 들이면서 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합니다. 또한 맞벌이 부부 가정이 늘어나면서 아이를 직접 돌보아주는 시간이 많지 않은 엄마들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전적으로 보상해주려는 심리가 작용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해주는 것에만 신경을 주로 쓰게 되고 경제적인 관념과 습성을 길러주는데에는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요즘은 바깥에서만이 아니라 집 안에서 TV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을 통해서도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소비성향에 중독 되어가는 경우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물건을 살 때에 가격 대비한 상대적인 실제 사용가치를 평가하기보다는 브랜드나 대중들의 인기도를 더 중시하는 경향도 아이들 세계에까지 침투해 있습니다. 어려서는 돈을 쓰는 곳에서 돈을 쓸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능력을 가지기 힘듭니다.
일단은 안 쓰는 것을 우선적으로 몸에 배게 해주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하는 경제교육의 첫걸음이 되어야합니다. 그런 습성이 충분히 몸에 밴 뒤에 돈을 쓸 가치가 있는 것을 판단하는 능력을 점차로 길러주고, 현명하고 올바르게 소비하는 방법을 배우게 해주는 것이 순서가 되어야 좋습니다. /이건희외부필자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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