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는 뭐니뭐니해도 가격파괴 상품이 각광을 받는다. 불황으로 마음까지 얼어붙은 요즘 함부로 지갑 열기가 두려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돈 100원이라도 싼 상품이 반갑기 그지없다.
국수전문점 '우메마루'는 1000원대 국수를 파는 초저가 외식업체다. 뜨끈한 국물이 매력인 잔치국수가 단돈 1500원이다. 우메마루는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90여 개 가맹점을 확보했다.
우메마루는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만들고 달걀 지단과 호박 등 갖가지 고명을 얹은 잔치국수 한 그릇을 1500원에 판다. 자체 개발한 양념장으로 맛을 낸 비빔국수와 따뜻한 온모밀국수는 2500원, 제일 비싼 메뉴인 베트남 쌀국수도 3500원에 불과하다.
가격파괴도 정도가 너무 심하다. 비결은 효율적인 매장 운영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유통구조를 개선해 원가를 낮춘 데 있다.
우선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모든 식재료는 본사에서 반제품 형태로 선가공해 공급하기 때문에 전문조리인력이 필요없다. 매장과 주방을 터 음식 조리, 주문, 계산을 1~2명이면 가능하도록 했다. 셀프서비스 방식을 도입해 홀서빙 인력도 따로 필요없다.
중간유통 단계를 줄인 것도 가격파괴 원동력이다. 이는 조만희 우메마루 사장(46)이 수년간 식자재 유통업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조 사장은 "과거 유통 분야 일을 하면서 식재료업체 관계자, 지역 단위농협 관계자 등 인맥을 탄탄하게 쌓았다"며 "이들을 통해 품질 좋은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소류와 육류는 전량 국산을 쓴다. 다만 대형 마트에 입점한 일부 점포는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는데 멜라민 파동으로 중국산 식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면서 이 역시 국산으로 교체하고 있다.
우메마루는 요즘 브랜드를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불경기로 소비심리가 꺾였지만 역으로 저가상품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전 가맹점의 광고ㆍ홍보비용을 최대 50%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후원책을 펼치고 있다.
교육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신규 창업자 교육을 비롯해 정기ㆍ수시 교육을 통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홍보ㆍ마케팅 방법, 고객응대법, 조리법 등을 가맹점주들에게 전수해준다.
메뉴 가격이 워낙 저렴한 탓에 불경기 영향은 덜한 편이다.
조 사장은 "메뉴 가격이 싸다 보니 불황을 별로 타지 않는다"며 "이달 들어 오히려 매출이 전달 대비 10% 늘어난 매장도 있다"고 전했다. 단 점주 마진은 30~35% 선으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조 사장은 "메뉴 가격을 낮추려면 점주 마진이 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판매해 실적이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점포비에 부담을 느끼는 신규 창업자들을 위해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숍인숍' 창업도 하고 있다. 숍인숍 창업을 하면 점포 권리금이나 보증금이 들지 않아 비용이 그만큼 줄어든다.
창업비용은 33㎡(10평) 규모 로드숍(일반 점포)으로 할 경우 가맹비 700만원에 물품보증비 200만원, 교육비 100만원, 인테리어ㆍ주방시설 2850만원을 포함해 총 3850만원가량 든다. 물론 점포비용은 별도다.
숍인숍 창업을 할 경우에는 가맹비가 1500만원으로 조금 높아 총 4650만원이 든다.
회사 측에 따르면 각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33㎡ 기준)은 1250만원, 순수익은 460만원 선이다.
조 사장이 외식 사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3년. 한 중견기업 외식사업부에 입사해 8년간 식자재 유통 쪽 일을 하던 그는 2000년 초 일본식 돈가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회사 경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가맹점이 식자재를 외상으로 달라고 하면 이를 거절하지 못했고 월급날이 돌아오면 여기저기 돈을 빌리느라 바빴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이 하나 둘씩 떠나더군요. 딱 1년이 지나니까 회사에 저 혼자만 남았어요."
혼자서라도 해보겠다고 이리저리 뛰었지만 유사 브랜드가 너무 많고 경쟁도 심해 좀처럼 사업 확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부인과 동생까지 나서서 거들었지만 결국 수억 원의 빚만 지게 됐다.
절망에 빠져 있던 조 사장은 어느 날 우연히 일본을 방문했고 거기서 105엔짜리 우동을 맛봤다. 당시 환율로 따져 한 그릇에 1000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맛이 기가 막혔다. 식사시간이 되자 조그만 가게는 인근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조 사장은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저가상품으로 다시 도전해 보자."
귀국한 그는 곧바로 '저가 국수 사업'에 뛰어들었다. 마진을 줄이고 식재료 대량 구매로 원가를 줄여 1000원대 국수를 선보였다. 반응이 좋자 잔치국수에서 비빔국수, 메밀국수, 냉면 등으로 메뉴 종류를 늘려 나갔다.
대형마트 입점도 추진했다. 마트는 방문객뿐 아니라 마트 종업원들도 고객이 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조 사장은 대형마트 관계자들을 만나 저렴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국수요리가 마트 방문객들에게도 편익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형마트 입점 기회를 얻었고 매장은 90여 개로 불어났다.
최근에는 주부 창업자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숍인숍 창업을 할 경우 임대료 등이 들지 않아 소자본으로도 자기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건 다 옛말이다. 아무리 값싼 음식이라도 맛과 품질에 이상이 있으면 소비자들은 절대로 찾지 않는다"며 "국수 한 그릇을 팔더라도 애정을 담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일산 홈에버점 운영하는 김향 사장
23㎡ 점포 창업하는데 5천만원…주부 손맛 살려 月 600만원 순익
= 일산에 사는 주부 김향 씨(34)는 요즘 아이 키우랴 사업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해 창업한 우메마루 일산 홈에버점이 인근 주부들 사이에 맛집으로 소문 나면서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이후 5년간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전업주부로 지냈어요. 그러다 아이가 조금 크니까 내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창업 아이템은 평소 눈여겨봤던 우메마루로 정했다. "친정 근처에서 먹었던 우메마루 국수가 맛있어서 틈만 나면 찾고는 했죠. 나도 나중에 이런 점포 하나 할까 생각했었죠."
창업비용이 저렴한 점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일산 홈에버 내에 23㎡(7평) 규모의 매장을 내는 데 점포비용, 주방집기, 시설비 등을 모두 포함해 5000만원이 채 들지 않았다.
가사와 육아는 남편 도움으로 해결했다. 정수기 대리점을 운영하는 남편은 아침 일찍 자신의 사업장 업무 준비를 마치고 곧장 매장으로 가 오픈 준비를 도맡았다. 급할 때마다 어린 자녀를 돌봐줬던 시어머니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주부의 마음을 읽고 신뢰를 통한 고객만족을 실천한 것도 성공비결이다. 점포가 대형마트 내에 입점해 있어 장을 보러 나왔다 아이와 함께 국수를 먹는 주부들이 많은 점에 착안해 내 아이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국수를 만들었다.
"신선한 재료를 본사에서 직접 공급받고 육수는 본사 지침에 맞춰 멸치와 다시마를 듬뿍 넣고 매장에서 직접 만들죠. 엄마가 해주는 것처럼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 보람을 느껴요."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국수 한 그릇에 1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도 인기 요인이다.
"주부라는 신분에 맞춰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른 것이 가사일과 사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게 된 비결입니다." 김씨는 현재 월 1500만원 매출에 600만원 정도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명진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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